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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탐구주제)

MIT가 꼽은 10대 미래 기술

by 대입박사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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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크리스퍼 가위

2012년 6월 29일자 사이언스 표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논문이 처음 실렸다.

2012년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원리와 활용법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거나 이어 붙일 수 있고 사람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미 유전성 빈혈 같은 분야에서 환자를 고친 사례가 있고, 일본에서는 영양소를 높인 토마토가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태아의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엄마 뱃속에서 사전에 교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기술보다 손쉽고 폭넓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순식간에 유전자 연구의 주류가 됐습니다.

2.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AI…생성테크의 시대

오픈AI(OpenAI)의 인공지능 달리2(DALL·E 2)가 명령받은 화풍에 따라 생성한 '말을 탄 우주비행사' 이미지 (OpenAI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22.04.07 /뉴스1

최근 강력한 AI 기술 챗GPT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오픈AI는 2021년 ‘달리(DALL-E)’라는 AI를 선보였습니다. 달리는 글로 상황을 묘사하면 그림을 생성해주는 AI입니다. 특히 지난해 4월 출시된 달리2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 창조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어 8월 등장한 영국 스타트업 스테빌리티AI의 스테이블 디퓨전은 뛰어난 이미지 생성 능력에 더해 가정용 컴퓨터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접근 장벽을 낮췄습니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AI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몇 달 만에 수천만 개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예술가들에게는 지난 10년간 가장 큰 격변’이라는 얘기가 과장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분야를 지칭하는 생성테크(generative tech)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생성테크가 발달하면 구글의 검색 엔진, 포토샵의 사진 편집, 디지털 비서 시리·알렉사 같은 IT서비스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습니다.

 

3. 반도체 칩 설계의 모든 것이 바뀐다

제프 장 알리바바 클라우드 회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RISC-V(리스크파이브) 기반의 코어 프로세스 ‘쉬안톄’ 시리즈의 개발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알리바바

컴퓨터 반도체 칩 설계는 비용이 많이 들고, 기존 기업들의 특허로 인해 진입조차 쉽지 않습니다. 미국 인텔이나 영국 암(Arm)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독과점 구도를 깰 수 있는 새로운 표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리스크 파이브(RISC-V)’로 불리는 이 공개 표준을 근거리 무선통신인 블루투스(Bluetooth)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블루투스는 개방형 공개 표준입니다. 주파수 및 데이터 인코딩 프로토콜 같은 설계 사양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들면, 다른 블루투스 기기와의 호환성은 별도로 점검하거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 반도체 칩은 완전히 다른 생태계 입니다. 컴퓨터나 노트북을 만들려면 인텔이나 암이 출시한 기성품 칩을 구입하거나, 별도로 이들에게 주문을 해 더 비싼 맞춤형 칩을 구입해야 합니다.

RISC-V는 반도체 칩도 블루투스처럼 공개 표준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현재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전세계 3100여 기관과 개인이 RISC-V 인터내셔널에서 표준화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표준으로 만들어진 RISC-V칩은 이미 이어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AI프로세서 등에 활용되고 있고 이렇게 생산된 칩이 100억개에 이릅니다. 일부 기업들은 가장 고사양이 필요한 데이터 센터와 우주용 RISC-V 설계에 나서고 있습니다.

 

4. 대중화되는 군사용 드론

지난해 10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2 국가 대테러종합훈련에 동원된 군사용 드론이 수류탄 투하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프레데터(Predator), 리퍼(Reaper) 같은 미국의 첨단 정밀 타격 드론(무인기)들은 지난 수십 년간 전쟁의 판도를 바꿔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중국, 이란, 튀르키예 같은 나라에서 만든 저예산 드론 모델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드론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쟁의 방식은 물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공격할 것인지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새롭게 각광받는 드론 가운데에는 DJI의 쿼드콥터 같은 기성품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키예프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데 사용한 이란산 드론은 가격이 3만달러에 불과한데 장거리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5. 원격진료를 통한 임신중단

미국 보건당국은 1월3일(현지 시간) 소매약국의 임신중절약 판매가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지난해 6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례인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대법원이 폐기한 뒤 먹는 임신중절약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6일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한 약국 선반에 임실중절약인 '플랜B' 제품이 놓여있는 모습./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낙태가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겁니다.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 근거가 사라지자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낙태약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한 것이죠. 앞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감안해 두 가지 알약의 원격처방을 허용했는데 이 약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입니다. 두 약을 순서대로 복용하면 임신 초기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임신 중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임상시험에서 입증돼 있습니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해 유산을 유도합니다.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데 위궤양 같은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도 사용됩니다. FDA는 이달 초 온라인 및 오프라인 소매 약국이 처방전이 있는 환자에게 이 약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6. 주문으로 만들어지는 장기

지난해 1월 미국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의료센터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연구소에서 의료진이 이날 심장병 말기 환자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보관 용기에 담고 있다. 이 심장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인체 내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특수 제작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의학·바이오 분야의 최대 이슈는 돼지 심장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데이비드 베넷이라는 57세의 미국 남성이 메릴랜드 대학에서 유전자 편집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은 뒤 두달 간 생존했습니다. 이 이식을 주도했던 의사 무하마드 모히후딘은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2년 10대 과학 인물’ 리스트의 맨 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7.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된 전기차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4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홀에서 열린 'SONY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새 전기차 브랜드 아필라(AFEELA)의 콘셉트카가 공개되고 있다./뉴스1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세웠고, 완성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난해 기준 전세계 신규 자동차 판매의 13%가 전기차였습니다. 2년 전에는 4%에 불과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대 말이면 이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2035년까지 모든 신차에 배기가스 제로(0)를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같은 원칙을 세웠습니다.

 

8. 우주를 보는 새로운 인류의 눈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지난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이었던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00배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NASA 2대 국장이자, 아폴로 계획을 이끌었던 제임스 웹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의 제작과 발사에만 100억달러가 넘게 들었습니다. JWST는 우주를 가득 채운 성간먼지를 뚫고 점차 멀어지고 있는 은하와 별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JWST 메인 반사경의 직경은 허블의 3배에 이르고, 태양열과 빛으로부터 JWST를 보호하는 장막의 크기는 테니스 코트와 비슷합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최고의 과학성과로 JWST를 꼽았습니다. 지난 9월 공개된 외계행성 촬영 사진은 “80km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밝은 등대 옆에 있는 반딧불이 한 마리를 포착한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천문학계에서는 JWST를 통해 태초의 빅뱅 이후 우주 최초의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려 130억년 이전 초기 우주 상태를 들여다보는 타임머신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9. 고대 유전자 분석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 고인류학 분야에 DNA 시퀀싱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된 DNA 시퀀싱은 이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습니다. 손상된 표본에서 추출한 손상된 DNA도 바로잡고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저렴한 DNA 시퀀싱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소변을 본 흙에서 발견된 DNA까지도 분석해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이 이 분야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체 게놈 지도를 갖고 있는 고대 인류의 수는 2010년 5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5550명에 이릅니다. 이런 고인류학 기술이 현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상관이 있습니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페스트에서 생존할 가능성을 40% 높여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냈습니다. 이는 크론병처럼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자가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알려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0. 배터리 재활용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내 2차 전지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건식 용융로 앞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영풍

오래된 노트북이나 부식된 전동 드릴,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는 과거에는 별 쓸모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배터리를 재활용해 새 걸로 만들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른바 희토류로 불리는 배터리의 핵심 재료에 대한 수요를 크게 줄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이미 부족한 상황입니다. 리튬에 대한 수요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20배 늘어날 전망입니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재활용 시설에서는 이제 코발트를 거의 모두 회수할 수 있고, 리튬은 80% 이상 회수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구리, 흑연도 점차 회수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이끄는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세계 최대의 배터리 재활용 회사이기도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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